암 치료를 시작하면 암 자체를 치료하는 것뿐 아니라 감염을 예방하고 치료 일정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암 환자는 질환 자체의 영향뿐 아니라 항암화학요법, 일부 표적치료 및 혈액암 치료, 조혈모세포이식, 고용량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등의 영향으로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모든 항암치료가 같은 정도로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키트루다(pembrolizumab), 옵디보(nivolumab)와 같은 면역관문억제제는 세포독성 항암제와 달리 골수억제가 주된 작용은 아닙니다.
따라서 암 환자의 예방접종은 단순히 '암 환자는 맞아도 된다, 안 된다'로 구분하기보다 암의 종류와 치료 방법, 현재 면역 상태, 혈액검사 결과, 과거 예방접종력 등을 함께 살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염이 발생하면 입원이나 추가 치료가 필요해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예정된 항암치료나 수술 일정이 조정되기도 합니다.
예방접종은 이러한 감염 위험을 낮추고 치료의 연속성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지지요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1. 암 환자의 예방접종, 생백신과 비생백신부터 구분하기
암 치료 중 예방접종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백신의 종류입니다.
✅ 생백신은 면역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생백신은 병원성을 약화한 살아 있는 병원체를 이용해 면역반응을 유도합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일반적으로 안전하지만, 면역기능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는 백신에 포함된 병원체가 증식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생백신으로는 MMR, 수두, 비강 분무형 생인플루엔자 백신, 황열 백신, 경구용 장티푸스 백신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받고 있거나 면역억제가 심한 환자에게는 생백신을 일반적으로 피합니다.
다만 암 진단 자체가 생백신의 평생 금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 꼭 필요한 생백신이 있다면 치료 일정과 면역 상태를 고려해 미리 접종할 수 있으며, 치료가 끝난 뒤 면역기능이 충분히 회복된 경우에는 일부 생백신을 다시 고려할 수 있습니다.
특히 조혈모세포이식 환자는 일반적인 고형암 환자와 접종 원칙이 다르므로 별도의 예방접종 계획이 필요합니다.
✅ 비생백신은 암 치료 중에도 접종할 수 있습니다
불활성화 백신, 재조합 단백질 백신, 접합백신, 톡소이드 백신, mRNA 백신 등은 체내에서 증식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병원체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주사용 인플루엔자 백신, 폐렴구균 백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코로나19 백신, Tdap/Td, B형간염 백신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면역저하 환자에서도 필요한 경우 접종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항암치료 중에는 백신에 대한 면역반응이 평소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즉, 암 환자의 비생백신 접종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맞을 수 있느냐'뿐 아니라 언제 접종해야 충분한 면역반응을 기대할 수 있느냐입니다.
2. 항암치료 전·중·후, 접종 시기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 치료를 시작하기 전
예방접종을 계획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 중 하나입니다.
면역억제가 시작되기 전에 필요한 예방접종을 완료하면 충분한 면역반응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암 진단 후 치료계획을 세울 때 과거 예방접종 기록을 함께 확인하고, 필요한 백신이 있다면 항암치료 일정과 조율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예방접종을 위해 꼭 필요한 암 치료를 지나치게 미루어서는 안 됩니다.
✅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인플루엔자, 코로나19, 폐렴구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과 같은 비생백신은 항암치료 중에도 필요한 경우 접종할 수 있습니다.
세포독성 항암제의 경우 치료 주기에 따라 혈액세포가 감소하는 시기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혈액검사 결과와 다음 항암 일정 등을 함께 고려해 접종 시기를 결정합니다.
흔히 항암치료 후 7~14일 전후를 혈구 수치가 가장 낮아지는 시기로 설명하지만, 실제 시점은 사용하는 항암제와 치료 방법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날짜를 적용하기보다는 현재 혈액검사와 치료 일정을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항암치료가 끝난 후
비생백신은 치료가 끝난 뒤 반드시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예방접종은 치료 중에도 시행할 수 있으며, 치료 종료 후에도 환자의 면역 상태와 과거 접종력을 확인해 일정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리툭시맙과 같은 B세포 고갈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항체 형성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접종 시기를 별도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경우
조혈모세포이식은 과거 예방접종으로 형성된 면역이 상당 부분 소실될 수 있기 때문에 이식 후 새로운 예방접종 일정을 수립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식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폐렴구균, 인플루엔자 등 필요한 백신부터 단계적으로 다시 접종합니다.
접종 시점은 이식 종류와 면역회복 정도, GVHD 여부, 면역억제제 사용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식 의료진의 계획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암 환자가 특히 확인해야 할 예방접종
✅ 인플루엔자
암 환자에게 독감 예방접종은 매년 중요합니다.
적극적인 암 치료 중이라면 일반적으로 주사용 불활성화 인플루엔자 백신을 사용하며, 비강 분무형 생백신은 면역저하 환자에게 사용하지 않습니다.
현재 국내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은 3가 백신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과거처럼 반드시 4가 백신을 선택해야 한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 폐렴구균
암 환자나 면역저하자는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과 중증 폐렴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현재는 PCV20을 1회 접종하거나, PCV15 접종 후 PPSV23을 추가하는 방식 등 여러 접종 방법이 사용됩니다.
어떤 방법이 적합한지는 연령과 면역 상태뿐 아니라 과거 PCV13·PPSV23 등의 접종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기존 접종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 대상포진
암 치료 과정에서는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어 대상포진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면역저하 환자에게는 생백신보다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인 싱그릭스가 사용됩니다.
일반적으로 2회 접종하며, 기본적으로 1차 접종 후 2~6개월 사이에 2차 접종을 시행합니다.
면역억제치료가 예정되어 있어 빠른 접종 완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접종 간격을 단축할 수도 있습니다.
✅ 코로나19
암 환자, 특히 혈액암 환자나 면역억제치료를 받는 환자는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은 유행하는 변이에 맞춰 권고 사항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과거 접종 횟수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해당 절기의 최신 예방접종 권고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Tdap·Td
성인의 경우 과거 Tdap 접종력이 없다면 Tdap 1회 접종을 고려하고, 이후에는 Td 또는 Tdap으로 추가접종을 시행합니다.
암 치료를 시작하기 전 기본 예방접종력을 함께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4. B형간염은 예방접종과 재활성화를 구분해야 합니다
암 치료를 앞두고 있다면 B형간염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B형간염에 감염된 적이 없고 면역이 없는 사람이라면 B형간염 백신을 통해 감염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는 사람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HBsAg 양성인 만성 B형간염 환자가 전신 항암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백신이 아니라 항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재활성화를 예방해야 합니다.
따라서 항암치료 전에는 단순히 'B형간염 항체가 있는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 HBsAg
• anti-HBc
• anti-HBs
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HBsAg 양성이라면 HBV DNA와 간 기능 등을 추가로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entecavir 또는 tenofovir 계열 항바이러스제를 예방적으로 사용합니다.
또한 HBsAg가 음성이더라도 anti-HBc가 양성인 과거 감염 환자가 리툭시맙과 같은 B세포 고갈 치료나 조혈모세포이식을 받는 경우에는 재활성화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별도의 예방 전략이 필요합니다.
5. 비장을 절제했다면 감염 예방을 더욱 꼼꼼하게
비장은 폐렴구균, 수막구균, Hib와 같은 피막세균에 대한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암 치료 과정에서 비장을 제거했거나 비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일반적인 암 환자보다 침습성 세균감염에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드물지만 빠르게 패혈증으로 진행할 수 있는 비장절제 후 전격성 감염(OPSI) 위험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경우 폐렴구균뿐 아니라 Hib, 수막구균 백신 접종 여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계획된 비장절제술이라면 가능하면 수술 전에 필요한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수술 전에 접종하지 못했다면 수술 후 상태가 안정된 시점에 접종합니다.
매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챙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6. 환자뿐 아니라 가족의 예방접종도 중요합니다
면역력이 떨어진 암 환자는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충분한 면역반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함께 생활하는 가족과 간병인의 예방접종 역시 중요한 감염 예방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가족 역시 연령과 건강 상태에 맞춰 인플루엔자, 코로나19, Tdap 등 필요한 예방접종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암 환자와 함께 생활한다고 해서 가족이 모든 생백신을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한 가족은 필요한 경우 MMR이나 수두 등 생백신도 정상적으로 접종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가족이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면역저하 상태의 환자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수두 백신 접종 후 드물게 수포성 발진이 발생한 경우에는 발진이 사라질 때까지 면역이 크게 저하된 환자와의 밀접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항암치료 중에도 독감 예방접종을 맞아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항암치료 중에는 백신에 대한 면역반응이 정상인보다 낮아질 수 있지만, 예방접종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인플루엔자 감염은 암 환자에게 중증 감염이나 입원을 유발할 수 있고, 치료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고열이나 급성 감염이 있거나 혈액검사상 심한 골수억제가 확인된 경우에는 담당 의료진과 접종 시기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Q2. 항암치료 중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해도 될까요?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인 싱그릭스는 필요한 경우 항암치료 중에도 접종할 수 있습니다.
생백신이 아니기 때문에 면역저하 환자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항암치료 일정과 면역 상태를 고려해 가장 적절한 접종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Q3. 키트루다나 옵디보를 맞는 중에도 백신을 접종할 수 있나요?
대체로 가능합니다.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필요한 비생백신을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미 면역관련 이상반응이 발생해 고용량 스테로이드나 다른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고 있다면 백신의 종류와 접종 시기를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Q4. 암 수술 전후에는 언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가능하다면 수술이나 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예방접종을 미리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미열이나 근육통 등을 수술 후 증상과 구분하기 위해 일정한 여유를 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예방접종 때문에 암 수술이나 치료를 불필요하게 미룰 필요는 없습니다.
접종 시기를 놓쳤다면 수술 후 상태가 안정된 뒤 필요한 백신을 이어서 접종할 수 있습니다.
Q5. B형간염 보균자인데 항암치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백신을 맞으면 되나요?
B형간염 보균자, 즉 HBsAg 양성인 경우에는 백신이 재활성화 예방 방법이 아닙니다.
전신 항암치료를 받는다면 HBV 재활성화 위험을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entecavir 또는 tenofovir 계열의 항바이러스제를 예방적으로 사용합니다.
따라서 항암치료 전 B형간염 검사를 통해 현재 감염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6. 비장을 절제한 경우에는 어떤 예방접종이 필요한가요?
비장 기능이 없거나 크게 떨어진 경우에는 폐렴구균, Hib, 수막구균에 대한 예방접종을 특히 확인해야 합니다.
계획된 비장절제술이라면 가능하면 수술 전에 접종하고, 수술 전에 접종하지 못했다면 수술 후 상태가 안정된 시점에 시행합니다.
Q7. 예방접종 후 열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백신 접종 후에는 미열이나 근육통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암치료 중 발생하는 발열은 단순한 백신 반응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호중구 감소가 예상되는 환자에게 38℃ 전후의 발열이 발생했다면 감염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담당 의료진이나 암센터에 즉시 연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신을 맞았다는 이유로 감염이나 호중구감소성 발열을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암 치료의 시작부터 감염 예방까지 함께 준비하세요
암 치료에서 예방접종은 별도의 부가적인 관리가 아니라 치료의 연속성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준비 과정입니다.
감염을 예방하면 불필요한 입원이나 치료 일정의 변경 가능성을 줄이고, 계획된 암 치료를 보다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암 환자에게 동일한 백신과 일정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고형암인지 혈액암인지, 세포독성 항암제인지 면역관문억제제인지, B세포 고갈치료를 받고 있는지,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는지에 따라 접종 전략이 달라집니다.
또한 현재의 혈액검사 결과와 과거 예방접종력, B형간염 감염 여부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암 치료를 계획하고 있다면 치료 일정과 예방접종 일정을 따로 생각하기보다 처음부터 하나의 계획 안에서 함께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암과의 싸움에서 감염이라는 또 다른 변수를 줄이고, 예정된 치료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
이 역시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회복 관리의 한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