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받는 동안 통증은 생각보다 흔하게 나타납니다.
암이 주변 조직이나 신경, 뼈를 침범하면서 생기는 통증도 있지만 수술 후 통증, 항암치료로 인한 말초신경통, 방사선치료 후 피부와 조직의 통증, 호르몬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관절통처럼 치료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통증도 있습니다.
문제는 통증이 계속되면 단순히 몸이 아픈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체력이 떨어질 수 있고, 식욕과 기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심한 통증 때문에 항암치료나 재활을 견디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암 환자의 통증 관리는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는 것'이 아니라 통증의 원인을 찾고, 필요한 치료와 보조적인 방법을 함께 활용해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암 환자의 통증은 왜 생길까요?
암 환자의 통증은 한 가지 원인으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암의 위치와 치료 방법, 수술 범위, 신경 손상 여부 등에 따라 통증의 양상도 달라집니다.
암 자체에서 발생하는 통증
종양이 뼈나 신경을 압박하거나 주변 조직을 침범하면서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뼈 전이가 있는 경우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지거나 특정 부위에 지속적인 통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수술 후 통증
수술 부위의 조직 손상과 신경 자극으로 인해 수술 직후 통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회복 후에도 일부 환자에게는 저림이나 당기는 느낌, 화끈거리는 신경병증성 통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항암치료로 인한 말초신경병증
옥살리플라틴, 파클리탁셀, 도세탁셀 등 일부 항암제는 손과 발의 말초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손발이 저리거나 화끈거리고, 전기가 오는 듯 찌릿하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증상이 심해지면 걷거나 단추를 잠그는 것처럼 일상적인 동작에도 불편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호르몬치료로 인한 관절통
유방암 환자가 사용하는 아로마타제 억제제는 관절과 근육의 뻣뻣함,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통증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복용을 불규칙하게 하는 경우도 있어 증상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증의 '느낌'을 살펴보면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통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방식으로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쑤시고 묵직한 근육통과 전기가 오는 듯한 신경통은 접근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묵직하고 뻐근한 통증
근육이나 관절, 수술 주변 조직의 긴장과 관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화끈거리거나 찌릿한 통증
말초신경이 자극되거나 손상된 신경병증성 통증에서 흔하게 나타납니다.
움직일 때 특정 부위가 아픈 통증
수술 후 근육과 관절의 기능 저하, 근막의 긴장, 자세 변화 등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밤에 심해지거나 점점 강해지는 특정 부위의 통증
암의 진행이나 뼈 전이 등 다른 원인이 없는지 확인해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료 시에는 단순히 '아파요'라고 말하기보다 어디가 아픈지, 어떤 느낌인지, 언제 심해지는지,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물치료와 함께 침 치료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암 환자의 통증 관리에서 진통제는 중요한 치료 방법입니다.
통증의 정도와 원인에 따라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소염진통제부터 마약성 진통제까지 다양한 약물이 사용될 수 있으며, 신경병증성 통증에는 일반적인 진통제와 다른 계열의 약물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침 치료와 같은 통합의학적 치료를 함께 활용하면 통증 조절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침은 통증이 있는 부위의 근육과 연부조직을 직접 자극하는 방법뿐 아니라 통증과 관련된 신경계의 반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특히 암 치료 후 지속되는 근골격계 통증이나 호르몬치료와 관련된 관절통에서는 침 치료의 효과를 확인한 연구들이 있습니다.
실제 연구에서는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요?
암 환자의 통증에 대한 침 치료의 효과는 단순한 경험에만 근거한 것은 아닙니다.
2022년 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SIO)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공동으로 발표한 통합의학 가이드라인에서는 암 환자의 일반적인 통증 또는 근골격계 통증에 침 치료를 활용할 수 있다고 권고했습니다. 또한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관련된 관절통에는 침 치료를 제공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연구가 있습니다.
① 유방암 호르몬치료 후 관절통과 침 치료
Hershman 등의 연구는 초기 유방암 환자 2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 임상시험입니다.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복용하면서 중등도 이상의 관절통을 경험한 환자를 실제 침 치료군, 가짜 침 치료군, 대기자 대조군으로 나누어 비교했습니다.
6주 후 통증 점수는 실제 침 치료군에서 평균 2.05점 감소했고, 가짜 침 치료군에서는 1.07점, 대기자군에서는 0.99점 감소했습니다. 실제 침 치료군에서 통증 감소 폭이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컸습니다.
이 연구의 장기 추적 결과도 발표됐습니다.
12주간 침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치료를 종료한 이후에도 52주 시점에서 가짜 침 치료군과 대기자군보다 낮은 통증 점수를 보였습니다.
즉, 유방암 호르몬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절통에는 침 치료가 통증 관리의 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임상 근거가 있는 것입니다.
② 암 생존자의 만성 근골격계 통증과 전침
암 치료를 마쳤거나 치료 중인 암 생존자 360명을 대상으로 한 PEACE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는 전침, 이침, 일반적인 치료를 비교했습니다.
12주 후 전침 치료군과 이침 치료군 모두 일반적인 치료군보다 통증 정도가 유의하게 감소했습니다. 특히 전침 치료군은 치료를 지속하는 비율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는 암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되는 근골격계 통증에 침 치료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마사지와 지압도 통증 관리에 활용됩니다
통증이 있는 부위를 무조건 강하게 누르거나 마사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환자의 상태에 맞는 부드러운 마사지나 지압은 통증과 긴장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2025년 Journal of Clinical Nursing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서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6개 무작위 대조시험, 총 3,671명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마사지 치료는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통증뿐 아니라 삶의 질과 불안 정도도 유의하게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연구마다 방법과 대상이 달랐고 전체 근거의 확실성은 매우 낮아, 마사지 치료를 표준 암 치료를 대신하는 방법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또 다른 메타분석에서는 13개 무작위 대조시험, 1,000명의 암 환자를 분석한 결과 마사지 치료가 암 관련 통증을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특히 완화의료를 받고 있는 진행성 암 환자의 경우에도 마사지의 단기적인 통증 완화 효과가 확인된 연구가 있습니다. SIO-ASCO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완화의료·호스피스 환경에서 통증 완화를 위한 마사지 활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합니다.
항암치료 중 손발이 저리고 아프다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손끝이나 발바닥이 저리고 화끈거리거나 감각이 둔해진다면 항암제 유발 말초신경병증(CIPN)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단순히 '혈액순환이 안 돼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방치하기보다 현재 사용 중인 항암제와 증상의 정도를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항암제의 종류와 용량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침 치료 역시 보조적인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SIO-ASCO 가이드라인에서는 항암치료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에 침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암성 통증이나 아로마타제 억제제 관련 관절통보다 근거 수준은 낮습니다.
따라서 '침을 맞으면 무조건 좋아진다'기보다 현재의 신경 증상과 항암치료 상황을 함께 평가한 뒤 적절한 통합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증이 있다고 무조건 움직임을 줄일 필요는 없습니다
통증이 생기면 움직이지 않고 쉬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장기간 활동량이 감소하면 근육량이 줄고 관절이 굳으면서 오히려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뼈 전이나 골절 위험이 있거나 수술 직후처럼 운동에 제한이 필요한 경우에는 무리해서 운동해서는 안 됩니다.
그 외에는 현재 체력과 통증 정도에 맞춰 가볍게 걷거나 관절을 움직이고, 의료진이나 재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근력운동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통증을 완전히 없애는 것만을 목표로 하기보다 통증을 조절하면서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임과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통증 관리입니다.
이런 통증은 바로 확인해야 합니다
암 환자의 모든 통증을 침이나 마사지 등의 보조치료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새롭게 나타났다면 통증의 원인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 이전과 다른 부위에 갑자기 심한 통증이 생긴 경우
•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빠르게 심해지는 경우
• 밤에 잠을 깨울 정도의 지속적인 통증
• 갑작스러운 허리나 등 통증과 함께 다리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떨어지는 경우
• 통증과 함께 대소변 조절에 변화가 생긴 경우
• 가벼운 움직임에도 뼈가 심하게 아프거나 골절이 의심되는 경우
• 고열이나 오한 등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특히 척추 주변의 암성 병변이 있는 환자에게 갑작스러운 심한 등·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의 힘이 떨어지거나 감각 이상, 배뇨·배변 장애가 나타난다면 신경 압박 여부를 빠르게 확인해야 합니다.
통증을 '참는 것'보다 내 몸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암 치료 과정에서 통증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무조건 참을 필요도 없습니다.
통증의 원인과 종류를 먼저 확인하고 필요한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하면서, 침 치료·전침·지압·마사지·운동 및 재활치료와 같은 보조적인 방법을 환자의 상태에 맞춰 함께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 임상연구에서도 침 치료는 특히 유방암 호르몬치료와 관련된 관절통, 암 생존자의 만성 근골격계 통증에서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확인됐으며, 마사지 역시 암 관련 통증 완화에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치료법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암의 종류와 현재 치료 단계, 통증의 원인과 강도, 환자의 체력과 생활환경을 함께 고려해 통증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치료를 견디는 데 방해가 되는 통증을 조금씩 줄이고, 잠을 잘 자고 식사를 하고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 역시 암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회복의 일부입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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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ssage therapy can effectively relieve cancer pain: A meta-analysis. Medicine. 2023.
※ 본 글은 암 환자의 통증 관리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통증의 원인과 치료 방법은 암의 종류와 치료 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통증이 발생하거나 기존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담당 의료진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