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후 자꾸 깜빡하고 멍하다면? '케모브레인'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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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 후 자꾸 깜빡하고 멍하다면? '케모브레인' 알아보기

"분명히 아는 사람인데 이름이 바로 생각나지 않아요."

"방금 하려고 했던 일이 뭐였는지 자꾸 잊어버려요."

"책이나 TV를 보다가도 집중이 잘 안 되고 머리가 안 돌아가는 느낌이에요."

암 치료를 받는 동안 또는 치료가 끝난 뒤 이런 변화를 경험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항암치료를 받은 뒤부터 기억력이 떨어진 것 같거나 집중하기 어려워지면 혹시 치료 때문에 뇌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합니다.

암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인지기능 변화를 흔히 '케모브레인(chemobrain)'이라고 표현합니다. 의학적으로는 암 및 암 치료 관련 인지기능 저하(cancer-related cognitive impairment)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기억력뿐 아니라 집중력,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 등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억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케모브레인이라고 하면 흔히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사람 이름이나 단어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경우

• 해야 할 일을 깜빡하는 일이 잦아지는 경우

• 책이나 대화에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

•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기 힘든 경우

• 익숙한 일을 하는 데 평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

• 머릿속이 뿌옇고 생각이 느려진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

• 중요한 약속이나 일정이 헷갈리는 경우

 

대부분 일상생활이 완전히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기억장애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이전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느끼기 때문에 상당한 불편과 불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왜 항암치료 후 이런 변화가 생길까요?

케모브레인의 원인이 하나로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항암치료 자체의 영향뿐 아니라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함께 나타나는 여러 변화가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피로와 수면 부족

항암치료 중에는 쉽게 피로해지고 밤에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충분히 쉬지 못하면 집중력과 기억력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통증과 불편감

지속적인 통증이나 오심, 식욕 저하 등 신체적인 불편이 계속되면 뇌가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집니다.

 

스트레스와 불안

암 진단과 치료 자체가 큰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걱정이 많아지면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반복되면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빈혈과 영양 부족

항암치료 중에는 식사량이 감소하거나 빈혈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충분한 에너지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면 피로와 함께 집중력 저하가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약물의 영향

진통제, 항구토제, 수면제, 스테로이드 등 치료 과정에서 사용하는 여러 약물도 졸림이나 집중력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암제가 뇌를 손상시켜서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치료 과정 전체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깜빡했다'고 해서 무조건 케모브레인은 아닙니다

암 치료 중에는 누구나 일시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수면이 부족하거나 피로가 심한 날에는 평소보다 건망증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몇 번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었다고 해서 심각한 인지장애가 생겼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전과 비교해 변화가 뚜렷하고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의료진에게 알려보는 것이 좋습니다.

필요한 경우 빈혈, 전해질 이상, 갑상선 기능, 영양 상태, 복용 약물 등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원인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머리가 멍할 때는 '뇌를 더 많이 쓰는 것'보다 환경을 단순하게

인지기능이 떨어졌다고 느낄 때 무리해서 기억력을 훈련하려 하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입니다.

 

✅ 중요한 일정은 기억하지 말고 적어두기

진료 일정, 약 복용 시간, 해야 할 일은 머릿속으로 기억하려고 하기보다 휴대폰이나 수첩에 바로 기록해두세요.

가족과 공유하는 일정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요리하면서 전화하고 TV를 보면서 대화하는 식으로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면 실수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한 가지 일을 끝낸 뒤 다음 일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생활해보세요.

 

✅ 물건의 위치를 정해두기

휴대폰, 안경, 지갑, 열쇠처럼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항상 같은 장소에 두는 습관을 만들어두면 물건을 찾느라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기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합니다.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늦은 시간까지 억지로 깨어 있기보다는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낮 동안에는 가벼운 활동을 통해 몸의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벼운 신체활동도 인지기능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암 치료 중에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누워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를 지나치게 줄이면 체력과 근력이 떨어지고 피로가 더 심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컨디션이 허락한다면 가벼운 걷기부터 시작해보세요.

처음부터 오래 걸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 10~20분 정도의 가벼운 산책처럼 현재 체력에 맞는 활동부터 시작하고, 몸 상태에 따라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암 치료 중 운동과 식사, 체중 관리는 치료 과정의 삶의 질과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케모브레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치료 중 나타난 인지기능 변화가 반드시 평생 지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암 치료가 끝난 뒤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도 있으며, 개인에 따라 회복되는 속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지"라고 지나치게 걱정하기보다는 현재 나타나는 증상을 관찰하면서 생활에 불편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증상이 점점 심해지거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정도라면 단순히 케모브레인이라고 생각하고 넘기지 말고 의료진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항암치료를 받으면 정말 기억력이 나빠지나요?

항암치료를 포함한 암 치료 과정에서 기억력이나 집중력 등의 인지기능 변화를 경험하는 환자가 있습니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항암치료뿐 아니라 피로, 수면 부족, 스트레스, 빈혈, 영양 상태, 복용 약물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2. 깜빡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치매가 되는 것은 아닌가요?

암 치료 중 나타나는 일시적인 기억력·집중력 저하를 곧바로 치매와 연결할 필요는 없습니다.

케모브레인은 기억력뿐 아니라 집중력이나 사고 처리 속도 등에 일시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형태가 많습니다.

다만 증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거나 일상생활에 뚜렷한 지장을 준다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3. 기억력을 되살리려면 퍼즐이나 암기훈련을 많이 해야 하나요?

인지훈련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무리해서 어려운 훈련을 반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정 기록하기, 메모하기,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처럼 실제 생활에서 인지 부담을 줄이는 방법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충분한 수면과 적절한 신체활동을 함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Q4. 케모브레인이 생기면 항암치료를 중단해야 하나요?

인지기능 변화가 있다고 해서 임의로 항암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증상이 발생했다면 의료진에게 알리고 현재 복용 중인 약물이나 수면 상태, 빈혈 및 영양 상태 등 다른 원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필요한 경우 치료와 증상 관리 방법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Q5.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하나요?

단순히 물건을 자주 잊는 정도가 아니라 갑자기 심한 혼란이 생기거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등의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다면 케모브레인으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급성 신경학적 증상은 다른 응급질환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각적인 의료진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기억이 조금 느려졌다고 해서, 내가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암 치료를 받다 보면 몸의 변화뿐 아니라 생각하고 기억하는 방식에서도 이전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깜빡하지?"

"내가 원래 이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를 탓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지기능 변화는 의지나 노력 부족 때문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억지로 감추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몸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도움을 받으면서 생활의 불편을 하나씩 줄여가는 것입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메모하고, 충분히 쉬고, 몸이 허락하는 만큼 움직이는 작은 습관부터 시작해보세요.

치료를 견디는 과정에서 잠시 느려진 기억과 집중력까지도 회복의 과정 안에서 함께 돌볼 수 있습니다.